부동산 시장은 대표적인 실물 자산 시장으로, 국가 경제와 개인 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특히 주택 시장은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 수요가 함께 작용하면서 복합적인 양상을 띱니다.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늘면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줄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거래량과 가격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자주 발생합니다. 거래는 얼어붙었는데 가격이 오르거나, 거래가 활발해졌음에도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수요·공급의 단순한 원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정책, 심리, 공급 구조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시장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거래량과 가격이 따로 움직이는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글에서는 부동산 거래량과 가격의 기본 관계를 정리한 후, 이 둘이 엇갈리는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1. 부동산 거래량과 가격의 기본 관계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량과 가격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수요가 증가하면 거래가 활발해지고, 그에 따라 가격도 상승합니다. 반대로 수요가 감소하면 거래량이 줄고, 가격도 하락하는 흐름을 보입니다.
시장 상황 | 거래량 변화 | 가격 변화 | 특징 |
---|---|---|---|
수요 증가 | 거래량 증가 | 가격 상승 | 상승기 |
수요 감소 | 거래량 감소 | 가격 하락 | 하락기 |
관망 심리 | 거래량 감소 | 가격 유지 또는 상승 | 비활성기 |
급매 증가 | 거래량 증가 | 가격 하락 | 조정기 |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과열되거나,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거나, 외부적 충격이 발생하면 거래량과 가격이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2. 거래량과 가격이 따로 움직이는 일반 원인
원인 | 설명 |
---|---|
정책적 요인 | 대출 규제, 세금 강화 등으로 거래는 위축되지만 매도자는 가격을 쉽게 낮추지 않음 |
심리적 요인 | 하락 기대감 또는 상승 기대감으로 매수·매도자가 관망, 거래량은 감소하나 가격은 유지 |
공급 부족 | 거래는 줄어도 공급 물량이 적어 가격이 유지되거나 상승 |
첫째, 정책적 요인입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대출 규제나 세금 인상을 시행하면 구매력이 위축됩니다. 예를 들어, 2020년 이후 한국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는 매도를 꺼리고, 매수자는 자금 확보가 어려워 거래가 급감하였습니다. 그러나 매도자는 높은 세금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였고, 가격은 일정 기간 유지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상승하기도 하였습니다.
둘째, 심리적 요인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 매수자들은 거래를 미루고, 매도자들도 손해를 보기 싫어 물건을 거둬들입니다. 이 경우 시장은 거래 절벽에 빠지지만, 가격은 뚜렷하게 하락하지 않고 정체됩니다. 반대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수자는 서둘러 매입하지 않고 관망하고, 매도자는 더 높은 가격을 기다립니다. 이처럼 가격 전망이 엇갈릴수록 거래량과 가격이 분리되기 쉽습니다.
셋째, 공급 부족입니다. 장기적인 공급 부족 현상도 거래량과 가격을 따로 움직이게 만듭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이나 인기 지역처럼 공급이 제한된 곳에서는 거래가 줄어들어도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1~2년간 신규 입주 물량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는 매수세가 줄어도 매물 자체가 귀해 가격 방어가 강하게 작동합니다.
이까지는 대부분 생각할 만한 요소로 복합적이고 다양한 시장의 흐름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지는 요소이지만, 집값이 거래량과 다르게 상승은 크게 하는 반면 하락은 적고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는 것을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일반 소비재와는 다른 부동산만이 가진 특징 때문입니다.
3. 거래량과 가격이 따로 움직이는 핵심 원인
일반 소비재와는 달리 이론적인 요소만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거스를 수 있는 이유를 설명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부동산이 가지는 일반적인 특징을 알고나면 조금은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첫째, 부동산은 필수재입니다. 의식주 중에서 시간적 요소를 고려했을 때, 매일 세 끼를 제공해야 하는 '식' 다음으로 중요한 '주'는 인간 생활에서 필수재임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수요 및 공급이 100% 완벽하게 측정된다고 하더라도 필수재를 확보하지 못한 인간의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전망이 합쳐져서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벗어나는 특징을 갖게 됩니다.
둘째, 부동산은 공급 탄력성이 낮습니다. 부동산은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기도 어렵지만, 예측이 가능하더라도 실제 반영되는 데는 4~5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토지가 이미 제공된 경우의 이야기이며, 토지 확보부터 시작해야 하는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의 경우 10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공급 탄력성이 낮다고 하며, 기대 심리 및 시장 전망에 대한 불안감과 결합하여 거래량과 가격이 별개로 움직이는 경우를 초래합니다.
셋째, 부동산은 하방 경직성이 큽니다. 부동산은 필수재이며, 공급 탄력성이 낮고, 인간이 소비하는 물건 중 가장 비싼 필수재이기 때문에 어렵게 구매한 부동산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평생을 걸쳐 주택 한 채를 구매하는 사람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이를 매도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며,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쉽게 매도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들이 순환 논리를 형성하며 작용하여 거래량과 무관하게 가격이 형성되고, 상승은 커도 하락은 제한적인 하방 경직성을 갖게 됩니다.
넷째, 부동산은 부동성과 부증성을 가집니다. 부동산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부동성과 부증성은 거래량을 거스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부동성은 부동산이 이동할 수 없다는 의미이며, 부증성은 부동산이 한정된 자원이라는 점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특징은 부동산의 지역적 특성을 강조하며, 한정된 자원이자 희소성을 가지기 때문에 거래량에 따른 가격 결정성을 역행하여 새로운 거래량을 창출하기도 합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서울의 집값과 거래량을 별개로 움직이는 예시입니다.
초록색 선은 전세,
보라색 선은 매매,
아래의 파란색 선은 매매 거래량,
아래의 파란색 면적은 매매 월평균거래량
마무리하며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량과 가격이 따로 움직이는 현상은 여러 복합적 원인에서 발생합니다. 정책적 요인, 심리적 요인,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특성이 부동산이라는 제품의 특징과 맞물리면서 단순한 수요·공급 법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결과를 낳습니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는 거래량이 줄었다고 해서 곧바로 가격 하락을 예단하거나, 거래량이 늘었다고 해서 상승을 확신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시장의 구조적 원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각종 정책과 심리적 흐름을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편, 정부는 거래 활성화와 가격 안정을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고,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종합 대책이 마련될 때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가 가능할 것입니다.